내가 속한 상평 본당은 설립 된지 30년이 조금 넘었지만 기존 큰들 공소 신자들의 신앙의 뿌리가 깊어서 다른 본당에 비해 연세 많으신 분들이 많은 편이다.
젊은 층이 워낙 엷어서 부활, 성탄 대축일 시설물 설치를 하기 위해 55살 정도 된 젊은 청년들이 지붕 위나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서 장식물을 설치한다.
남성, 여성 어르신 단체인 요셉회, 성모회에 속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50세 후반에서 60세 중반까지가 한창 주방일이나 허드렛일을 맡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자연 연도도 많이 나는 편이다.
본당 연령회 봉사자로서 연도가 나면 4간부가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연도 준비, 입관, 출관, 장례미사, 화장, 장지 수행까지 봉사 하다보면 연도 한건에 몸은 파김치가 된다.
며칠 전 성당 인근에 사시는 한 어르신이 귀천 하셨다. 이튿날 공립 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입구부터 해당 호실 양옆에 빽빽하게 들어선 화환들이 정신을 빼앗는다. 개수를 헤아릴 수도 없지만 대략 짐작하여 50-60개는 족히 넘는듯하다.
바로 옆 호실의 화환과 서로 뒤섞이어 누구한데 전달 된 것인지 조차도 모를 지경이다.
화환 양옆에 길게 붙어있는 리본에는 기업체 사장에서 부터 00회 회장에 이르기 까지 직함과 이름도 다양하다. 이렇게 화환에 압도당하여 다소 주눅이 든 상태로 연령이 모셔진 연도장에 들어가니 화환의 수의 1/5 정도 되는 사람들만이 여기저기 앉아 있다가 사람의 기척을 보고 일어나 온다.
성당에서 연도하러 왔다고 하니 일부 상주는 그렀냐고 하면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고, 몇 분의 여 상주와 손자인 듯 한 어린 학생 두어 사람이 우리를 맞는다.
일반 문상객이 아니고 신자로서 연도하러 왔다는 데 대해 실망한 모양일까.
여러 자식 중 망자와 둘째 아들 부부 및 며느리 한분이 신자이고 나머지는 비신자이기는 하지만 부모를 위한 기도에도 아들 부부는 없다. 손자가 기도문을 읽는데 ‘저희 아버지 요한.........’이라고 기도문에 쓰여 있는 데로 읽는다.
물론 자의적인 원에 의해서가 아니라도 지나친 화환으로 남은 자식들의 세와 위상을 드러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망자를 생각해서 라기보다는 상주들과의 친소관계에 기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외형적인 치장에 불과한 화환을 대신 할 수 있는 대안을 없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화환 한 개 족히 십 만원은 더 할것 같은데 그것은 그저 일회성 소모품에 불과하다. 한 때는 화훼 산업을 장려하는 뜻으로 정부에서 권장했던 적도 있지만, 웬만해야지... 내 생각이지만 그 숫자가 5개를 넘으면 낭비 일 것이다. 10만원이면 20킬로그램 쌀 2부대를 사고도 남는 돈이다.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본 것처럼 망자를 위해서는 차라리 그 돈 대신 쌀을 받아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 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살아 계실 때에는 서로 짐 된다고 마다하던 자식들이 돌아가신 후에는 효자인척 화려한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더러 있는 편이다. 죽고 난 후 황금덩이보다는 살아생전 떡 한 개가 훨씬 값지다는 말이 너무도 생생하다. 장례식장은 망자의 삶과 인품을 드러내는 곳이다. 돌아가신 분에게 累가 안되도록 불필요한 치장과 허례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교훈을 그새 잊었는가? 한평생을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 치열한 구도자적 한생을 살았던 그분의 마지막은 관도 없이 입은 옷 그대로 다비 식장으로 향하는 참 아름다운 죽음을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는가?
2010.4.13 손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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