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드러의/마중글

화장장 유감

손드러 2012. 8. 10. 14:02

 

근래 보기 힘든 폭염이 삼라만상을 녹여버릴 듯한 2012년 7월 말. 오랜 병고에 신음하던 정기상 요한님이 대세를 받고 지상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맡겼다.

이른 아침 병원 장례식장에서 사도예절을 마치고 진주 화장장에 도착하여 시신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동안 연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거의 같은 시각에 세구의 주검이 도착하여 각각 1번, 2번, 3번 화로를 배정받아 화로 숫자와 같은 분향대 앞에 유족들이 자리 잡고 앉았다.

연도를 시작하기위하여 십자성호를 긋는 순간 왼쪽 1번 쪽에서 엄청 큰 목탁 소리를 필두로 낭랑한 여승의 염불이 터져 나왔다. 지척의 거리에서 요란스레 두들기는 목탁소리는 이른 아침의 무거운 분위기를 뒤흔들어 놓았다. 바로 그 때 오른쪽 3번 분 향대에서는 가슴을 에는 통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인의 시신을 사르는 신호불빛에 반응하는 유족들의 통곡은 바로 옆의 목탁소리를 삼켜버릴 정도 이었다. 아마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분이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일찍 세상을 하직한 것 같았다.

처음 시작하면서 양옆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차분하고 조용한 연도를 마음으로 바치자고 미리 말씀드리고 성호를 긋는 순간에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우리의 기도를 삼켜버린 것이다.

그래서 상주들에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다시 하기로 하고 연도를 중단하고 기다렸다. 옆 비구승의 목탁소리와 낭랑한 염불소리는 점점 데시빌 수치를 높여서 꽤나 큰 화장장 분향실 유리창을 깨고 나갈 듯이 컸다. 그리고 어머니를 여윈 젊은 자녀들의 통곡소리 그에 못지않았다.

최근 들어 한쪽 귀에 이상을 느끼는 나는 한동안 귀를 막고 있어야 했다.

등산을 좋아하여 가끔 산을 오르다 만나는 암자와 사찰에서 흘러나오는 염불소리와 목탁소리는 마음속까지 파고들어 속세에 찌든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그러나 같은 소리가 분위기와 장소에 따라 달리 느껴짐을 새감 느끼게 되었다.

20여분이 지나 목탁소리는 잦아들고 기다렸던 우리들은 조용히 연도를 바쳤다.

각자가 믿는 바에 따라 해당 종교예식대로 망자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을 규제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함께 사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최소한의 이웃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찬송가나 연도, 그리고 염불이나 목탁도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깃든 소리로 할 수는 없을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좀 더 가지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따뜻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연령회 봉사를 하면서 나 역시 내가 믿는 종교의식으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2012.8.1 손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