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레지오 마리애

가고파의 본고장 마산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의 별’ 소년 Pr.

손드러 2012. 8. 10. 13:04

-참 신통하다

시간이 되자 올망졸망 눈동자가 까만 꼬맹이들이 하나 둘 주회실로 모습을 드러낸다. 한창 까불고 놀 때인데 아이들은 조금 전 어린이 미사가 끝나자 레지오 주회를 하기위해 종종걸음으로 주회실로 들어온다. 단장(이영란 요안나)이 들어오는 아이들마다 이름과 본명을 부르며 한마디씩 인사말을 건넨다. 이미 아이들은 익숙한 듯 주회실로 들어와 자신의 자리인듯한 곳에 앉는다. 학교 선생님 같기도 하고 또 어머니 같은 느낌을 주는 단장은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말을 건네며 어머니 안부며, 동생하고 사이좋게 지내는지, 지난 주일에 복사에 왜 늦었는지 등에 관하여 묻기도 한다.

 

금방 바깥에서 소리치며 뛰놀던 아이들이 주회실에 들어오자 순한 양처럼 조용해진다. 들어오면 바로 눈앞에 두 팔을 펼치신 성모님과 제대위의 촛불이 분위기를 압도하는 듯하다. 그래도 못 다한 장난 끼는 남아서 옆에 앉은 친구의 옆구리를 찌르기도 하고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조용히 킬킬거리기도 한다. 주회시간 시작 5분 전, 손님이 오신다는 연락을 미리 알려 주었는지 카메라를 든 기자를 힐끗 쳐다보고 이내 내 쪽을 향해서 포즈를 취하며 손가락을 V(브이)를 해 보인다. 주회 시작 직전에 헐레벌떡 들어온 아이가 마지막인 듯 양쪽을 나누어 총 11명의 개구쟁이들이 모여 앉았다. 이윽고 단장님의「바다의 별Pr.」제930차 주회를 시작한다는 개회선언과 함께 모두 일어서서 시작기도를 바친다. 아이들의 천진스런 마음에 조금 전 거룩한 예수님의 몸까지 받아 모셨으니 성모님 보시기에 사랑스런 아이들이다. 묵주를 손에 쥔 아이들의 백옥같이 빛나는 눈동자가 이를 말해주는 듯하다.

왜 예수님께서는 마르코 복음 10장 14절, 하느님의 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하셨을까? 그 답은 이런 아이들을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아이들은 사물을 호기심에 찬 마음으로 보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요즘 아이들이 영악해서 어른 못지않다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겉만을 보고 내면을 읽어내지 못한데서 하는 말이다. 그들이 세상을 보는 눈은 천진한데 그릇된 모습을 제시하는 어른들 때문에 영악한 그림을 본 그대로 그려내는 것뿐이다. 아무리 영악하게 보이는 아이라도 어디까지나 아이일 뿐이다.

-묵주기도가 시작된다. 1단, 2단,....... 5단.

예전에 본기자도 중등부 학생 레지오를 지도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묵주기도 5단을 바쳤는데 학생들은 주리를 트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차수에 주회에 참여하는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 이유인즉 묵주기도를 5단까지 하니 지겨워서 레지오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중력이 부족한 중등 저학년에게 묵주기도 5단은 분명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초등학생들로만 구성된 바다의 별 Pr.은 흐트러짐 없이 묵주기도 5단을 다 바친다. 나는 짬짬이 사진을 찍는 척 하며 아이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미 아이들은 5단의 묵주기도에 익숙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분명 그네들에게는 지겹고 견디기 어려운 시간일 테지만 먼 훗날 어른이 되어 레지오를 하게 되면 지금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활동 보고 시간이다.

아이들은 차례로 저마다 지난주일 동안 성모님을 위해 마련한 장미꽃들을 레지오 제단위에 바친다. 미사. 복사, 묵주기도, 화살기도, 심부름, 칭찬, 기타 등 꽃 색깔도 다양하다. 가만히 들어보니 한주일 동안 바치는 묵주기도가 평균 25단을 넘는다. 웬만한 성인 남성(직장을 가진)으로 구성된 Pr.에 거의 버금가는 수치이다. 참석한 단원 모두가 또렷한 목소리로 활동보고를 하는 모습이 신통하다 못해 가슴이 뭉클해 온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계시는 성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좋으실까? 성모님은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일생을 보냈는데 아마도 이 아이들의 모습에 오늘 무척 기뻐하고 감동하실 것 같다.

소년 레지오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여서 이렇게 잘 조직된 곳이 많지 않다. 꾸리아의 지극한 관심, 부모들의 협조, 그리고 단장의 역량이 어린이 레지오 활성화의 기본이고, 그 중에 단장의 역량이 무엇보다 비중이 크다. 이 영란 요안나 단장은 완월성당 제2Cu.단장을 겸하고 있어 여건이 좋은 편이다. 또한 이곳 성당 주일학교 부모들의 관심 역시 대단하다. 완월성당은 현재는 창원시 마산합포구로 행정구역이 변경되었지만 마산교구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본당이다. 1900년 6월 지금의 성지여고 부근 범골에 마산포 본당(현 완월성당)이 세워지고 초대 다케(Taquet)엄 신부가 부임하여 금년으로 113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교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서 자부심과 거기에 걸맞은 깊은 신앙심이 완월성당을 지탱하는 힘일 것이다. 이곳에 어린이 레지오가 싹터서 자라고 있음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앞으로의 소년 레지오

주회를 끝내고 아이들에게 설문지를 적게 했다. <총 11명 중, 13문항 중 5개 발췌>

레지오에 거의 참여하는 편이다

그렇다

10

아니다

1

어떤 때 레지오가 좋다고 느끼는지?

맛있는 간식을 줄 때 (거의 대부분)

어른이 되어 레지오를 하겠다

하겠다

5

안하겠다

4

모르겠다

2

묵주기도는 열심히 하는 편이다

그렇다

7

아니다

2

보통이다

2

고쳐야 할 것은?

빨리 끝냈으면 한다/ 너무 허전하다 등

청소년은 어느 곳에서나 미래의 주역들이다. 이 Pr.은 나름 좋은 여건에서 잘 조직된 상태이지만 우리 교회의 청소년들의 레지오에 무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이 문제에 많은 고민과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의 입장과 눈높이에서만 생각하고 해결을 찾으려 한다면 답은 없을 것이다. 소년 레지오는 성인들과는 달리 그들의 흥미와 수준에 맞게 짜인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성경도 소년들에게 맞는 만화로 된 것, 영상으로 된 것이 발행되고 있지 않는가. 교본 단순화 작업만으로는 부족하다. 레지오의 골격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그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고 재미있는 주회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노래나 영상이 가미된 짧은 주회모델을 공모하여 채택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투자 없이 소년 레지오 활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위 표를 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솔직히 드러나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해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는 한국 성인 레지오가 다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그리하여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레지오가 더 이상 부담스런 주회시간이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시간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마산 손형도 안드레아-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8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