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통병(樂音機病)
樂音機病
피셔 800C : 40살이 넘은 놈이지만 상태가 너무좋아 내칠려다 붙들어 두기로 작정한 놈이다.
알텍 발렌시아, AR2ax에는 그만이다.
알텍 발렌시아 : 탄노이 3808로 소리를 즐기다가 어느날 갑자기 알텍 소리가 듣고 싶어져서 쿼드 앰프와 탄노이를 처분하고 604-8K 유닛을 구해다가 620통에 넣고 몇년을 즐기다가 알텍 A7은 좁은 공간에 버겁고 해서
가정용 발렌시아로 결정하고 유닛을 10여년 전에 구해놓고 창고에 넣 어 두었다가 장터에서 제대로 된 발렌시아 통이 나왔기에 불원천리 경기도 이천까지 가서 구해와서 요렇게 만들어 놓았다.
AR2ax소리통 : 이놈이 가장 욕본다. 적당한 소리로 듣기에는 이놈만한게 없다는 생각이다.
십여년 전에 아주 싼 값으로 들여놓았는데 지금 소리전자나 에서는 그 가격의 3배로 유통이된다.
새것이 아니고 그가격에 사서 즐기고서도 비싼 값에 유통되는 현실이...
물론 가격이야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겠지만, 오디오를 즐기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어쩐지 좀..
AR28S 요놈은 주로 FM을 들을 때 사용하는데, 정말 괜찮은 놈이다. 몇년 전에 십 여만원에 사들였은데 이 똘망똘망하고 시원한 소리는 어디에도 만능이다. 저음이 2% 부족해서 그렇지..
위에 있는것이 NIKKO NR-819 리시브 이다. 니코는 1970년대 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앰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다. 그래서 장터에서 찾기가 힘들다. 모서리도 깨어지고 무늬목도 벗겨지고 자세히 보면 전면에 작은 얼룩이 있기는 하지만 이놈의 재주는 대단하다. 특히 AR을 가지고 노는 힘은 밋밋한 보기와는 영 딴판.
출력이야 채널당 45 정도이지만 능률이 높지않은 AR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이놈 때문에 켄우드, 산수이, 파이오니아, 심지어 피셔 250까지도 놀고있다. 지금도 장터를 기웃거리는 것은 혹시 이놈의 상급기 NR-1019를 찾기 위해서다.
EL34 소리가 어떤지 싶어 얼마전에 갖다놓았는데 가격대비 소리가 좋다.
이놈도 오래된 놈이라 파워 서플라이에서 참을 만한 험이 있다.
위의 것은 알텍 711a 리시버, 알텍 발렌시아가 생산된 해에 나온 것인데 너무 깨끗해서 의심이 가는 놈이다.
다른 스피커에는 별로인것 같은데 알텍에는 꽤 괜찮은 듯. 다만 트랜스 때문인지 화이트 노이즈가 흠이다.
아래 피셔250TX 일명 오디오 출력석 고물인것 같지만 물건.
요놈은 켄우드 6200 리시버 앰프
AR스피커와 물리면 탱글탱글한 소리로 보답한다.
요놈은 한 밤 중에 불을 끄고 들어볼만한 놈이다. 파이오니아 녹턴형 리시브 SX-838
본격적으로 오디오 만지작 거리기를 좋아한지 25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기계들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내 손을 거쳐간 소리통들이 어느 분의 사랑을 받고 았는지 한결같이 궁금하다.
오디오는 마음먹고 내치기는 했지만 늘 후회하는 것-그때 그놈을 그냥 붙들어 둘것을....-
그렇지만 새것(비록 고물이지만)을 들고 와서 선을 연결하여 소리를 듣는 순간의 짜릿한 느낌 때문에
바꿈질을 계속해 온것 같다.
위의 기기들은 다른 하이엔드 기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스피커 한개, 파워 앰프 한개의 값도 안되는 것들이지만 내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들이다.
빈티지 소리통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기기에 뭍어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와 사랑의 흔적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애련하게 소리가 가슴으로 파고 드는 것일게다.
어느듯 내집은 고물상. 아내의 눈초리가 은근히 신경쓰인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소리통병이 도저서 이 무거운 놈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이 아내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가끔식 도지는 소리통병을 워낙 겪어본 터라 겉으로 내색은 않지만 저놈의 병을 무엇으로 고칠꼬하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 역시 대학 때부터 클래식 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래도 눈치는 보인다.
이제 한두개의 내 심성에 맞는 놈을 남겨두고 나머지 것들은 시집을 보내야지, 미련없이...........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2010.6월 초 어느날